원호문, 문인간 정시하물

새의 날개 짓에 붙인 사랑의 괴로움

김영수 | 입력 : 2021/01/28 [07:25]

[김영수 문화산책 001] = 홍콩의 언론 명보의 편집발행인 김용(1924년 6월6일~2018년 10월30일)의 무협소설 <신조협려>의 등장인물 이막수(李莫愁)는 처연하게 “問人間 情是何物 直敎生死相許?”를 읊으며 생을 마감한다.


악녀인 이막수가 즐겨 자조적으로 읊는 “情是何物~”은 중국 금(1115~1234, 여진족이 세운 나라)의 원호문(元好問 1190~1257)이 지은 시다.


원호문은 과거시험을 위한 공부에 편중하지 않고 폭넓게 학문을 익혀 배웠다고 전한다.


금나라 최후의 군주인 애종(哀宗)을 섬겼고, 금이 멸망하고 원(元 징기스칸, 44세)이 들어섰지만, 벼슬하지 않고 초야에서 지냈다. 폭넓은 경험에서 얻은 견문을 바탕으로 시를 지었다.


중화권 인기가수 등려군(鄧麗君, 1953년 1월29일~1995년 5월8일)이 낭송하기도 했다.

 



問人間 情是何物 直敎生死相許 문인간 정시하물 직교생사상허
​세상 사람들에게 묻나니, 정이란 무엇이길래 생사를 가늠하느뇨?

天南地北雙飛客 老翅幾回寒暑 천남지북쌍비객 노시기회한서
천지간을 나는 두 마리의 새야, 너희들은 얼마나 많은 여름과 겨울을 함께 맞이했는가?

歡樂趣 離別苦 是中更有癡兒女 환낙취 이별고 시중갱유치아녀
사랑의 기쁨과 이별의 고통 가운데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여인이 있어.

君應有語 渺萬里層雲 千山幕景 隻影爲誰去 군응유어 묘만리층운 천산막경 척영위수거
임께서 대답해주셔야지, 아득한 ​만 리에 구름 가득하고 은산에 저녁 눈 내릴 때, 한 마리 외로운 새가 누구를 찾아 날아갈지.

橫汾路 寂寞當年蕭鼓 荒煙依舊平楚 횡분노 적막당년소고 황연의구평초
분수 물가를 가로질러도, 그 때 피리와 북소리 적막하고 자욱한 안개만이 아스라이 펼쳐있네.​

招魂楚些何磋及 山鬼自啼風雨 초혼초사하차급 산귀자제풍우
초혼가를 부르며 한탄한들 어찌하리, 산 속 귀신의 울음소리 비바람이 되는 것을.​

天也妬 未信與 鶯兒燕子俱黃土 천야투 미신여 앵아연자구황토
​하늘도 질투하는 것을 아직도 믿지 못한단 말인가. 꾀꼬리와 제비도 한 줌의 먼지로 돌아가는 것을.

千秋萬古 爲留待騷人 狂歌痛飮 來訪雁丘處 천추만고 위류대소인 광가통음 내방안구처
천추만고의 어느 시인 기다려 머물렀다가 취하도록 술 마시고 미친 노래 부르며, 기러기 무덤이나 찾아올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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